2024년 8월 10일 토요일

드라이빙

아무 일 없이 그냥 운전을 하고 싶어서 심야에 서울 시내를 달렸다. 한여름 도시의 새벽길엔 눅눅한 공기가 떠다녔다. 밤길 신호등 앞에 멈출 때마다 주변에는 고단한 자동차들과 축 늘어진 간판들이 숨을 고르고 있었다.
오월 말에 디젤 자동차를 조기에 폐차하면 보조금을 주겠다는 권고문을 받고 예정에 없었던 새 자동차를 계약한 후 나는 PDF파일을 다운로드 하여 자동차 매뉴얼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나는 자주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하고, 헌 차를 보내고 새 차를 받자마자 그날 군산으로 출발해야 했다. 차량의 모든 기능을 미리 다 알고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여 미리 매뉴얼을 독서를 하듯 읽었다. 그 덕분에 첫날부터 새 차의 장치들을 잘 사용하며 운전할 수 있었다. 오늘 밤엔 그냥 편안히 한강과 거리를 보며 운전을 해보고 돌아왔다. 클러치를 깊이 밟고 기어를 바꾸며 운전했던 시절이 문득 그리워지기도 하였다.

2024년 8월 5일 월요일

소음이 사라졌다.

이십여일 전에 아이맥을 수리한 후 소음이 사라졌다는 걸 알게됐다. 그 사이에 차가 찌그러지는 사고를 당하여 수리를 해야 했고, 장거리 운전에 공연 등으로 분주하여 책상 앞에 오래 있을 시간이 없었다. 오랜만에 여유롭게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가 문득 아이맥이 조용해졌다는 걸 깨달았다.

소음이 없어진 것은 아이맥을 분해하고 부품을 교체할 때 그 내부에 끼여있었을 먼지와 고양이 털을 제거했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그동안 먼지와 고양이 털이 안에 쌓이면서 컴퓨터의 온도가 쉽게 올라갔고, 그것이 파워보드를 망가지게 했을 수도 있겠다.

수리를 마친 아이맥을 찾아와서 그날 밤에 오에스를 다시 설치했다. 삼십여년 매킨토시를 쓰면서 최신 오에스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마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지금 쓰는 데 지장이 없으니 괜찮다. 좀 더 오래 쓸 수 있길 바라고 있다.
 

2024년 7월 31일 수요일

맑고 더웠다.


찌그러진 자동차의 앞, 뒷 문은 반듯하게 수리 되었다.

오늘은 하늘이 높고, 무척 더웠다. 

접촉사고, 김해에서 공연, 자동차 수리.

 

금요일, 다음날 공연을 위해 김해로 출발하기 위해 자동차에 악기를 싣고, 몇 미터 움직이다가 앞유리에 붙은 종이쪽지를 발견하고 멈춰 섰다. 하필 거센 소나기가 내리는 중이었다. 빗물에 젖어 찢어지고 있던 종이에 주차해둔 내 차를 들이받은 사람이 적어 놓은 전화번호가 있었다.

가해자와 통화하고, 그쪽 보험회사 담당자와 통화를 했다. 동네 정비공업소에 들러 예약을 하고, 장거리 운전을 위해 주유소에서 연료를 채웠다. 한 달만에 주차해둔 차 문이 찌그러지는 사고를 당하니 많이 우울했다. 김해로 가는 동안 아무래도 심란했었는지 음악을 한 번도 듣지 않고 운전했다.
뭐,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 나에게도 일어난 것 뿐이라고 생각했다. 이미 벌어진 일을 어떻게 할 수는 없는 거니까.
다음 날 공연장에 일찍 가서 무대에 악기를 차려놓고 소리를 확인하면서 차분한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김해 문화의 전당은 멋진 극장이었다. 높은 천장에 부딪혀 돌아오는 잔향이 기분 좋았다. 편안하게 연주하고 즐겁게 공연했다.


월요일에 자동차를 공업소에 맡기고, 제공된 렌터카를 받아 운전해보았다. 몇 달 전에 전시장에서 운전석에 한 번 앉아 보았던 현대 자동차가 배정되어 왔다. 내가 비용을 내지 않는다고 해도 빌려온 차이니까, 마음 편하게 쓰게 되진 않았다. 수요일까지는 내 차가 수리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공업사에서는 목요일에 수리가 끝날 것이라고 했었다.


수요일. 정비소에서 연락을 받고 오후에 수리를 마친 자동차를 찾아서 돌아왔다. 누군가에게 들이받혀 구겨지고 찌그러진 문짝을 수리해 본 일은 이미 여러번 겪었어서 별다른 기분은 들지 않았다. 차를 찾아왔으니 엿새 동안 신경쓰이고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것은 이제 그만 털어버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