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5일 월요일

소음이 사라졌다.

이십여일 전에 아이맥을 수리한 후 소음이 사라졌다는 걸 알게됐다. 그 사이에 차가 찌그러지는 사고를 당하여 수리를 해야 했고, 장거리 운전에 공연 등으로 분주하여 책상 앞에 오래 있을 시간이 없었다. 오랜만에 여유롭게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가 문득 아이맥이 조용해졌다는 걸 깨달았다.

소음이 없어진 것은 아이맥을 분해하고 부품을 교체할 때 그 내부에 끼여있었을 먼지와 고양이 털을 제거했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그동안 먼지와 고양이 털이 안에 쌓이면서 컴퓨터의 온도가 쉽게 올라갔고, 그것이 파워보드를 망가지게 했을 수도 있겠다.

수리를 마친 아이맥을 찾아와서 그날 밤에 오에스를 다시 설치했다. 삼십여년 매킨토시를 쓰면서 최신 오에스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마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지금 쓰는 데 지장이 없으니 괜찮다. 좀 더 오래 쓸 수 있길 바라고 있다.
 

2024년 7월 31일 수요일

맑고 더웠다.


찌그러진 자동차의 앞, 뒷 문은 반듯하게 수리 되었다.

오늘은 하늘이 높고, 무척 더웠다. 

접촉사고, 김해에서 공연, 자동차 수리.

 

금요일, 다음날 공연을 위해 김해로 출발하기 위해 자동차에 악기를 싣고, 몇 미터 움직이다가 앞유리에 붙은 종이쪽지를 발견하고 멈춰 섰다. 하필 거센 소나기가 내리는 중이었다. 빗물에 젖어 찢어지고 있던 종이에 주차해둔 내 차를 들이받은 사람이 적어 놓은 전화번호가 있었다.

가해자와 통화하고, 그쪽 보험회사 담당자와 통화를 했다. 동네 정비공업소에 들러 예약을 하고, 장거리 운전을 위해 주유소에서 연료를 채웠다. 한 달만에 주차해둔 차 문이 찌그러지는 사고를 당하니 많이 우울했다. 김해로 가는 동안 아무래도 심란했었는지 음악을 한 번도 듣지 않고 운전했다.
뭐,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 나에게도 일어난 것 뿐이라고 생각했다. 이미 벌어진 일을 어떻게 할 수는 없는 거니까.
다음 날 공연장에 일찍 가서 무대에 악기를 차려놓고 소리를 확인하면서 차분한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김해 문화의 전당은 멋진 극장이었다. 높은 천장에 부딪혀 돌아오는 잔향이 기분 좋았다. 편안하게 연주하고 즐겁게 공연했다.


월요일에 자동차를 공업소에 맡기고, 제공된 렌터카를 받아 운전해보았다. 몇 달 전에 전시장에서 운전석에 한 번 앉아 보았던 현대 자동차가 배정되어 왔다. 내가 비용을 내지 않는다고 해도 빌려온 차이니까, 마음 편하게 쓰게 되진 않았다. 수요일까지는 내 차가 수리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공업사에서는 목요일에 수리가 끝날 것이라고 했었다.


수요일. 정비소에서 연락을 받고 오후에 수리를 마친 자동차를 찾아서 돌아왔다. 누군가에게 들이받혀 구겨지고 찌그러진 문짝을 수리해 본 일은 이미 여러번 겪었어서 별다른 기분은 들지 않았다. 차를 찾아왔으니 엿새 동안 신경쓰이고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것은 이제 그만 털어버리기로 했다. 


2024년 7월 22일 월요일

추모

 김민기 선생이 세상을 떠났다. 오늘 알려졌고 별세한 건 어제 밤이었다고 전한다. 알고 지냈던 사이도 아닌데 많은 감정이 일었다. 그는 중환자실이 아니라 자택에서 가족과 함께 있다가 임종한 것으로 들었다. 나는 그분의 장례와 묘역이 누구보다도 성대하여야 마땅하다고 생각하지만, 고인은 아마 적당한 추도식 마저도 질색하셨을 분이었을 것이다.

오늘은 내 고양이 순이의 8주기였다. 팔년은 긴 세월인데 벌써 지나가버렸다. 팔년이나 되었는데도 나는 순이의 사진을 일부러 꺼내어 보거나 하진 못한다. 고양이는 오래 전에 떠났는데 내 기억 어딘가에 벌어져 있는 상처는 여전히 다물어지지 않았다. 세월이 아물게 해주길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부질없는 마음이 여태 남아있다.

김민기 선생은 아마 아무런 원망도 묵은 분노같은 것도 없이 돌아가셨을 것이다. 너무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고인이 편안히 영면하시길 빈다. 이제 나는 해마다 같은 날에 고양이 순이와 김민기 씨를 기리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