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19일 금요일

아이맥 수리

 

수요일 아침에 자고 일어났더니 아이맥이 켜지지 않았다. 한눈에 뭔가가 잘못 됐다는 것을 알았다. 스위치를 누르면 몇 번 켜지다가 다시 꺼져버렸다. 해볼 수 있는 것을 다 해봤다. 결국엔 아무리 파워버튼을 눌러도 아무 반응을 하지 않았다. 소프트웨어의 문제는 아닌게 틀림없었다.

수리하는 곳을 검색하여 부랴부랴 찾아가 컴퓨터를 맡겼다. 오늘 저녁에 수리가 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찾아왔다. 문제가 생겼던 파워보드를 교체했다. 수리비는 현금으로 내야 했다. 예상치 못한 지출이 자꾸 생긴다.

컴퓨터를 수리하기 위해 맡길 때 그곳 사람들이 나에게 로그인 비밀번호를 요구했었다. 로직보드에 이상이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라고 했다. 나는 알려주지 않았고, 파워교체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면 그냥 새 맥을 살 생각이라고 했다. 아이맥의 보드엔 어디가 고장이 났는지 알 수 있는 진단 LED가 있다. 굳이 남의 컴퓨터에 로그인하여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마치 당연하다는 듯 비밀번호를 적어놓고 가라고 말하는 태도를 보니 어떤 사람들은 고분고분 시키는대로 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떼어냈던 디스플레이가 완전히 붙도록 이삼일 종이 테이프는 더 붙여두기로 하고, 책상을 정리한 후 오에스를 새로 설치했다. 적어도 내년까지는 이 아이맥이 더 일을 해주면 좋겠다.

그의 등

비가 잠시 그친 금요일 낮에 나는 약속하지 않고 시골집에 가서 부모를 만났다. 운전하는 도중에 전화를 했더니 그 사이에 엄마는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양의 채소를 잔뜩 따고 뽑아서 신문지에 싸놓고 있었다. 노인 두 분을 태우고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고 돌아왔다.

지팡이를 쥔 아버지의 팔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다. 나는 그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기도 했고 없기도 했다. 마주앉아서 얘기한다고 해도 어차피 나 혼자 허공에 대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이제는 굳이 언어를 사용하지 않게 된지 오래다. 어쩐지 노인의 등을 바라보는 것이 몇 마디 의미 없는 말을 주고받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4년 7월 15일 월요일

덥고 습하다


 무덥고 습한 여름날이다. 동네 근처에 나갔다가 나무그늘에 세워 둔 자동차 후드 위에서 어린 사마귀를 만났다. 곧 이동해야 하지 않았다면 열심히 움직이고 있던 사마귀를 그대로 두고 보았을 것이다. 나는 사마귀를 풀숲에 내려주고 건투를 빈다, 라고 해줬다. 정말 덥고 습하다.

2024년 7월 8일 월요일

부산문화회관 공연

2년만에 다시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 그 땐 비가 내리고 있었고 이번엔 덥고 습한 날씨였다. 지난번엔 이미 피곤해진 상태로 공연장에 도착하여 연주하는 동안에도 힘들어했고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피로에 시달렸었다. 이번에는 잘 쉬고 좋은 몸 상태로 연주할 수 있었다. 음향도 훌륭했다. 아프거나 피로한 것은 개인의 사정이다. 그런데 관객을 마주하려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 이 일을 하는 데 기본적인 의무인 게 맞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같은 무대에서 재작년에 몹시 힘들어했었던 것을 만회하고 싶었고, 이번엔 잘할 수 있었다.

개운한 기분으로 긴 공연을 잘 마치고 집으로 출발했다. 한 시간 쯤 달리고 있을 때에 멀리 하늘에서 번개가 잇달아 보였다. 선산휴게소를 지나면서부터 여주휴게소에 다다를 때까지 기억에 남을만한 뇌우를 경험했다. 비구름 아래에서 도망쳐 나온 후에 긴장이 풀려서 졸음이 쏟아졌다. 공연하는 동안 에너지를 다 썼는데 악천후 속 밤길을 달리느라 완전히 고갈되어버렸다. 새벽 두시 사십오분에 집에 도착했다.
공연을 마칠 때까지만 해도 덜 피곤하여, 이 정도면 다가오는 김해와 양산 공연엔 하루 전날 숙소에서 묵지 않고 당일 아침에 출발하여 다녀와도 거뜬하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럴 일이 아니구나. 내가 건방을 떨었던 것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