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강변을 걸으면서 음악을 듣다가 잠시 멈추어 섰다. 십여년 전에는 자전거를 타고 밤낮 없이 달리고 있던 길 옆에서 곡선을 그리며 흘러가는 강을 보다가 다시 걸었다.
나는 우연히 전쟁이 끝나고 십오년 후에 태어나 부모 덕분에 궁핍과 가난을 겪지 않고 자랐다. 나를 둘러싼 사회에 온갖 부조리와 폭력이 시꺼먼 기름때처럼 묻어있던 십대, 이십대를 지나서, 그래도 반 걸음 나아졌다가 다시 몇 걸음 후퇴하곤 했던 땅에서 용케 살았다. 나는 성공하지 못하였지만 그렇다고 망하지도 않았다. 운이 좋았고, 찾아오는 기회를 쥐기 위해 무척 애쓰기도 했다. 모든 것은 우연히 이 시기에 여기에서 생겨나 살고 있던 덕분이다.
그러는 동안 먼 나라에서 들려오는 침략과 전쟁 소식을 듣지 않았던 적이 한번도 없었다. 지금 바다 건너 저쪽에서 죄없이 사람들이 죽고 도시가 폐허가 되어가는 뉴스를 보는 것이 힘들고 괴롭다. 특별히 기쁜 일이 없었어도 저렇게 고요하게 흐르는 강처럼 평안한 일상을 보낸 것이 큰 혜택처럼 느껴져서, 한번 더 힘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