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앞유리와 와이퍼 사이에 꽃씨와 나뭇잎이 잔뜩 끼여 붙어 있었다. 그것을 대충 털어내고 나서 지하 주차장으로 차를 옮겨 두려고 하고 있었다. 그 때 마침 아내를 따라 산책 나온 개 율리가 곁에서 맴돌며 나를 쳐다 보았다. 문득 생각이 나서 사람과 개를 태우고 넓직한 근처 강변 공원에 가기로 했다. 너른 강을 보며 율리는 아주 신나게 뛰어 놀기 시작했다. 너무 빠르게 다가와서 간신히 한 장 건진 사진을 보니 개의 표정이 더없이 행복해 보였다. 돌아올 때에 주유소에 들르고 싶었는데, 외출할 작정으로 나왔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지갑도 신용카드도 지니고 있지 않았다. 율리는 집에 돌아와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깊은 밤이 되자 고양이 깜이가 내 의자를 차지하고 등받이에 기대어 기분 좋아 하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의자를 내어주고 나는 높이 조절 탁자를 책상 앞에 끌어 와 새벽 내내 서 있었다. 잠깐씩 음악이 지나가고 다음 곡이 시작될 때에 헤드폰 너머로 깜이의 코고는 소리가 들렸다. 손을 뻗어 토닥토닥 쓰다듬어 주면 잠시 멈추는 듯 하다가 고양이는 이내 다시 코를 골며 늘어지게 잠을 잤다.